🍵 "차 한 잔과 한 페이지, 시간 속을 거닐다"
한 장의 책을 펼치고, 한 모금의 차를 마십니다. 책 속의 글자들이 천천히 스며들고, 차의 향이 주위에 머물며 이야기를 만들어갑니다. 여러분은 책을 펼치면 어떤 기분이 드나요?
차와 책은 닮아 있어요. 둘 다 시간을 천천히 음미하게 하고,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만들죠. 또한 무엇보다 차와 책을 펼쳐보면 각각의 아름다운 세계가 존재 한다는 것이에요. 책 한 권과 차 한 잔이 주는 여운은 우리가 사는 도심 속에서 작은 쉼표가 되어주며 우리 스스로가 느낌표, 물음표, 마침표 등 찾아가도록 이정표가 되어주는 것 같아요.
이번 시티-매거진 vol.2에서는 ‘차와 책’이라는 테마를 따라가 봅니다. 책과 함께하는 차의 순간들, 책 속에서 만난 차 이야기, 그리고 차를 사랑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봅니다.
도심의 리듬 속에서 책 한 권과 차 한 잔으로 우리의 시간을 다르게 채워보는 경험을 함께해보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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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넘기며, 차 한 잔을 마시며"
햇살이 유난히 따뜻하던 어느 오후, 일 하다가 약간 노곤해질 무렵, 잠시 시간을 내어 창가에 앉아 찻잔을 손에 감싼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도시의 풍경이 바쁘게 흘러가는 동안, 내 손에 쥔 이 작은 잔은 그 모든 속도에서 잠시 벗어나 나의 속도에 귀 기울이게 해준다. 어젯밤 읽었던 책 속 인상 깊었던 문장 하나를 곱씹으며 차를 한 모금 마신다. 글자가 머릿속에 서서히 스며들 때, 차의 향도 함께 깊어지는 기분이 든다.
책과 차는 오래전부터 함께 해왔다. 서양에서는 차와 함께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일본의 다실에서는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시를 곁에 두곤 했다. 책을 읽는 행위와 차를 마시는 행위는 모두 시간 속으로의 여행 같다. 낯선 여행지에서 우연히 멋진 장면을 만나듯이, 다 마시지 않은 차가 미지근해질 때쯤, 책 속에서도 가장 깊은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또 어떤 날은, 책 한 권과 차 한 잔이 인생의 큰 터닝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단어 하나가, 찻물의 온기가, 문장 끝의 쉼표가 하루를 다르게 채색하기도 한다. 오늘 우리의 책장 위에는 어떤 차가 놓여 있을까?
책을 읽으며 마시는 이 한 잔이, 우리에게 어떤 여운을 남길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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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심 속 차 한 잔, 시티-팟(CITEA-POT) | Guest : 또오기(@tto.og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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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오기 워크룸 – 찻잔 속 위스키, 새로운 감각을 열다
부산의 감각적인 차 문화 공간이자 최근에 떠오르는 힙스터들의 아지트인 또오기 워크룸.
이 곳에서는 단순히 차를 마시는 것을 넘어 차와 위스키가 만나 새로운 경험을 선사합니다. 부산에서 차와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공간, 또오기 워크룸에서 차와 위스키의 조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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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오기’ 이 공간이 특별한 이유
부산을 대표하는 차 문화 공간 중 하나인 또오기 워크룸.
이 곳은 차와 위스키의 독특한 페어링을 시도하며, 전통과 현대의 감각을 동시에 담고 있는 곳인데요. 또오기는 미식가들처럼 미음가들을 위한 공간이자 브랜드입니다.
"또오기 워크룸을 운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또오기 대표 : ‘또오기(TTOOGI)’라는 이름은 원래 저희 부모님이 운영하시던 문구점에서 가져온 거예요. ‘다시 오시라’는 뜻을 담고 있죠. 저는 원래 멋있는 영문 네이밍을 고민했었는데, 결국 가장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이름을 선택하게 됐어요. 그렇게 해서 탄생한 공간이 ‘또오기 워크룸’입니다.
"처음부터 차와 위스키를 함께 다룰 계획이 있었나요?"
또오기 대표 : 처음에는 차 문화를 기반으로 공간을 만들었어요. 하지만 운영을 하면서 차를 더욱 다채롭게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죠. 그러다 보이차와 위스키가 가진 공통점을 발견했고, 이 두 가지를 함께 즐길 수 있는 페어링을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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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찻잔 속의 위스키, 어떻게 어울릴까?
또오기는 고급 동양차와 위스키 페어링이라는 독특한 컨셉이 시그니처인데요.
"차와 위스키를 함께 페어링하는 게 생소한 조합인데, 어떤 방식으로 어울리나요?"
또오기 대표 : 보이차와 위스키는 공통적으로 깊고 숙성된 풍미를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특정 보이차는 위스키와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죠. 예를 들어, 고수 보이차와 위스키의 풍미는 서로의 개성을 극대화하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특징이 있습니다. 마치 한 잔의 칵테일처럼요.
"차와 위스키를 함께 즐기는 방법이 있다면 추천해 주실 수 있나요?"
또오기 대표 : 저희 공간에서는 차 한 모금, 위스키 한 모금이라는 방식으로 즐길 수도 있고 마스터와의 대화를 통해 취향에 맞는 페어링을 추천받을 수도 있어요. 직접 마셔보시면 왜 이런 조합이 탄생했는지 이해가 되실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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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심 속 티 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차 문화의 부흥을 일구어 내던 지역이자, 최근에는 스페셜티 커피를 대표하는 지역으로 유명한 부산이라는 도시. 이 도심 속에서의 티 라이프는 어떤 모습일까.
"부산이라는 지역에서의 티 라이프는 서울과 다른 점이 있을까요?"
또오기 대표 : 부산은 바다가 있는 도시이고, 전반적으로 속도가 조금 느린 편이에요. 서울에서는 바쁘게 차를 테이크아웃하는 경우가 많다면, 부산에서는 차 한 잔을 더 여유롭게 즐기는 문화가 있어요. 그 점이 또오기 워크룸의 방향성과도 잘 맞았죠.
"또오기 워크룸을 찾는 사람들은 어떤 분들이 많나요?"
또오기 대표 : 기존의 차 애호가들도 많지만, 오히려 차에 대한 선입견이 없는 분들이 더 흥미를 가지세요. ‘차는 전통적으로 마셔야 한다’는 고정관념 없이, 새로운 조합과 감각을 경험하는 걸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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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찻집에서 위스키를? 또오기의 실험은 계속된다
미음가들을 위한 공간을 넘어 다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와의 협업과 같은 다양한 시도를 통해 폭넓은 확장을 시도해나가는 또오기.
"앞으로 또오기 워크룸에서 새롭게 시도해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나요?"
또오기 대표 : 차와 위스키뿐만 아니라, 다른 음료나 다양한 브랜드와의 조합도 실험해 보고 싶어요. 차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넓은 가능성을 가진 문화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차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가는 공간이 되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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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티-인사이트(CITEA-INSIGHT)
차는 반드시 전통적인 방식으로만 마셔야 할까요?
또오기 워크룸은 보이차와 위스키를 결합해, 감각적인 티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합니다. 이 곳에서 한 잔의 차를 마시는 순간, 차에 대한 기존의 생각이 달라질지도 몰라요.
오늘 하루, 우리도 미음가가 되보는 건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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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오기' 의 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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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tro) Today Playlistea 🎧
차와 책은 서로를 닮았습니다. 천천히 음미할수록 깊어지고, 조용히 머금을수록 마음속에 오래 남죠. 이번 시티-큐에서는 차와 책이 어우러지는 순간을 큐레이션 합니다.
차 한 잔을 따르고 책 한 권을 펼치는 순간, 종이 위에 흐르는 글자들이 차의 향기와 함께 감각적으로 스며듭니다. 어떤 차는 이야기를 더 몰입하게 만들고, 어떤 차는 긴 글의 여운을 더욱 풍부하게 남깁니다. 오늘은 차와 함께 한 페이지를 넘겨볼까요?
오늘 도심 속 당신의 하루를 위한 특별한 ‘플레이리스티’를 즐겨보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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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ack 01. [티&북 큐레이터 pick] 책&차 – “차와 책, 시간을 느리게 만드는 힘”
🎵 고양이로소이다(이장희) + 세작 녹차(연우제다)
🎵 액체 상태의 사랑(김연덕) + 수미 백차(예평)
🎙️ Tasting Track
“차와 책의 공통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도시의 빠른 흐름 속에서 잠시 멈추고 싶은 순간, 일상의 틈에서 조용히 나를 마주하는 시간, 차와 책은 감각과 언어를 통해 그 순간을 더욱 깊이 음미하게 해요. 마치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처럼 만들죠. 그것이 차와 책의 힘이 아닐까요?"
_티&북 큐레이터 | 차린(@cha_ri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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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가 뛰놀아라.
‐ 봄은 고양이로다, 이장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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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처럼 늘어지고 싶을 때,
고양이 눈처럼 반짝이고 싶을 때,
고양이 털 같은 고운 봄 향기를 맡고 싶을 때 세작 녹차를 우려보세요.
봄의 향기,
불꽃 같은 에너지,
나른한 졸음,
깨어나는 생기.
봄, 그 자체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
🍵 Tea note
화자를 따라 고양이의 털, 눈, 입술, 수염에 시선이 머뭅니다. 시를 읽다 보면 따사로운 봄볕에 등이 뜨끈해진 고양이, 똬리를 틀고 누워 낮잠을 자는 고양이, 창가 자리를 차지하고 눈 한번 깜빡이지 않은 채 창밖으로 뜨거운 눈빛을 보내는 고양이가 우리 눈앞에 아른거리지 않던가요.
조금은 느슨하게, 우리 몸을 풀어두고 세작 녹차 한잔을 우려보세요. 바짝 마른 이불 빨래처럼 포근한 볕의 향을 닮은 세작 녹차가 봄 햇살에 녹아내린 고양이처럼 나를 말랑하게 해줄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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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rewing Tip
녹차는 조금 식힌 물(80~85도)로 우려 보세요.
팔팔 끓는 물을 부으면 고양이 꼬리를 잘못 밟아 날카로워진 고양이 같은 녹차가 될지도 모르니까요🫢 (냥냥펀치 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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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의 마음을 잊지 않고, 그러니까 이벤트들의 깨끗하고 단정한 표면에 속지 않고 삶의 뜨겁고 거친 부분들을 나는 받아들이며 쓸 것이다. 절망하는 대신 살아갈 것이다. 치아와 코 뼈의 수치스러운 과거들을 기억해 줄 것이다. (p.14)
꾸준한 사랑 충실한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 만나게 해 주세요. 사랑을 포기하지 않도록 해 주세요. 지치지 않도록 차가워지지 않도록 해 주세요. (p.35)
문학과 사랑이란 나의 엉망인 상태, 엉망이면서 환한 정념에 휩싸인 상태를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유리잔이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은 채 울리는 소리다. 그저 '작고 투명한 유리잔 같은' 계절 안에 우두커니 떠다니는 유령 같은 움직임이며, 안식이다. (p.117)
얼음은, 빛이 투과하면 반짝이며 투명해지는 부분이 생기고, 그 빛이 지속되면 녹고, 추운 데 놓아두면 다시 언다. 이런 얼음의 속성이 마음과도 비슷하게 느껴졌다. (p.121)
사랑은 죽어 있는 상태와 비슷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요즘이다. 행복하다는 감정이 '얼마쯤 죽어 있는 느낌'이라고 이야기한 마르그리트 뒤라스처럼, 완전한 사랑 역시 얼마쯤 죽어 있는 상태가 아닌가 싶은 것이다. (...) 죽어 있었기에, 외부에 무감했기에, 같은 곳에서 다른 기쁨들을 매일 발견할 수 있었죠. 멈추지 않을 수 있었죠. (p.133)
‐ 액체 상태의 사랑, 김연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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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와 상관없이 무심하게 서술되는 기억 이미지들이 좋았던'(p.31, 김연덕 시인의 에세이 <액체 상태의 사랑>을 수미 백차와 함께 추천해요.
목차를 따라 결론을 향해 치닫지 않아도 됩니다. 마음을 사로잡는 그림 앞에 눌러앉으라는 한적한 미술관 벤치처럼, 머물다 가셔요.
당신에게로 흘러 들어간 사랑처럼 포근하고 깊은 수미 백차와 함께요. |
🍵 Tea note
사랑은 기쁨의 순간만 있는 것이 아닌 수치와 슬픔도 안겨주고 맙니다. 사랑 앞에 성실한 시인은 그마저 간직한 채 햇빛 아래 눈사람처럼 천천히 녹아내리길 택해요. 그렇게 흐른 물은 새로운 것을 탄생시킵니다.
이 책이 하는 일과 삶이 우리에게 하는 일이 닮은 듯해요. 시인의 글을 읽다보면 나도 용감히 촛불 앞에 얼음을 두고 꼼꼼히 녹아내리고 싶어지거든요. 오늘만큼은 우리도 차가운 고통과 뜨거운 환희를 끌어안고 따뜻해진 액체 상태의 마음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요?
이 책과 수미 백차가 얼어붙은 당신 곁을 따뜻하고 포근하게 지켜줄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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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rewing Tip
수미 백차는 개완보다 자사호 또는 보글보글 끓여 마셔야 제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그것이 어렵더라도 끓는 물(100도)로 보온을 유지할 수 있게 우려보세요!
백차는 우린 채로 오래 두면 유독 색이 짙게 보일지 몰라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변해버린 색깔과 식어버린 온도에도 변함없이 포근하고 깊은 향의 수미 백차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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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utro) My Playlistea 🎧
“어떤 차는 책의 감성을 풍부하게 하고, 어떤 책은 차의 향을 더욱 깊게 만들어줍니다. 차와 책이 함께하는 순간, 감각은 더욱 섬세해지고 이야기는 더욱 생생해집니다. 오늘, 당신의 차 한 잔은 어떤 이야기와 함께했나요?
시티-큐는 앞으로도 다양한 감각적 경험을 탐구하며, 일상 속 새로운 플레이리스티를 들려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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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과 차...거기에 재즈를 곁들인. 오감만족 심지 티코스
여러분은 천안, 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아마도 호두과자라고 답하실 것 같은데요. 서울에서 고속버스로 한 시간 남짓이면 도착하는 천안에는 책 속 세계관에 차를 적용해 완벽한 조화와 울림을 보여주시는 티룸 '심지'가 있답니다. 채소와 관련된 책에서는 차와의 페어링을, 미술 작품을 실은 책에서는 그 분위기를 담아낸 티 블렌딩을 보여주시는 등 책을 활용한 신선한 접근법으로 매번 놀라운 티코스를 운영하고 계시는데요!
이번 겨울에는 '재즈의 계절' 이라는, 재즈의 거장들이 써낸 근사한 음악과 그들의 스토리를 담은 책을 주제로 내가 와인을 마시고 있는 건가, 차에 취해버린 건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의 스토리텔링을 보여주셨답니다. 재즈라고 하면 근사한 분위기가 생각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왠지 모를 쓸쓸함과,,,우수에 젖은 감성이 떠오르기도 할 것 같은데요. 눈 덮인 겨울날 햇살 맞으며 즐기는 차와 책, 거기에 재즈 한 스푼으로 겨울 감성 🌪️폭-발🌪️하는 티코스를 소개해 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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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디서나 재즈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것처럼, 차 또한 우리 삶에 한번 들이면 헤어나오기 힘들지요. '재즈는 어디에나 있다' 라는 책의 주제를 차로 바꾸어 재해석하신 이번 티코스. 첫번째는 재즈계의 쇼팽 '빌 에반스 트리오'의 클래식 같은 재즈를 녹여낸 블렌딩티 '잭살 트리오'가 나왔습니다. 바로 잭살에 홍도라지와 귤피가 합쳐진 차였는데요
향이 어떤 것 같냐는 질문에 '온화하다, 원래 하나로 태어난 차같다'고 대답했어요. 그 순간 흘러나오는 빌 에반스의 '블루 인 그린'. 무심코 피아노 소리만 들렸었는데, 베이스와 드럼도 마치 하나의 선율로 합쳐진 듯했어요. 차의 맛도 같았습니다. 잭살이 가진 산미를 홍도라지의 단맛이 부드럽게 눌러주고, 귤피는 부담스럽지 않게 더해 주었거든요. '사소하더라도 좋아하는 것들을 모아보는 것 속에서 평생 지내고 싶은 세계가 탄생한다'는 책의 구절을 티 블렌딩으로 나타낸 첫 차부터, 기립 박수! 짝짝짝.👏 |
겨울에 듣는 재즈는 차분하고 서정적인 챗 베이커의 쿨 재즈. 그렇다면 여러분은 겨울에 어떤 차가 떠오르시나요? 재즈에는 주로 와인을 곁들이며 분위기를 즐기곤 하지만, 이날은 산화도가 높고 우디한 느낌의 기문 홍차와 함께했어요.
여러분은 기문 홍차를 어떻게 우려 드시나요? 특유의 꽃 향기와 난향 뒤의 감칠맛을 즐기려, 개완으로 짧게 우리는 걸 선호하시나요? 물론 본래의 동양식 우림법도 매력적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서양 홍차라면 티포트를, 동양 홍차를 마실 때는 망설임 없이 동양식 다구를 꺼내는 관성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아요. 본질은 '어떤 맛을 즐기고 싶은가'에 있었는데 말이지요.
와인같은 바디감과 수렴성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서양식으로 오래 우려 두툼한 커피잔에 마시는 기문 홍차는, 그윽한 무게감과 감칠맛에 그대로 취할 뻔 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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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일스_데이비스 - 임기응변의_밀크티.mp3
동료 연주자의 틀린 음계에 맞추어 임기응변으로 즉석 변주를 주었다는 일화로 유명한 재즈의 왕 마일스 데이비스. 살면서 다양한 위기가 발생하지만, 이슈가 생기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니 어떻게 컨트롤하여 극복할지를 먼저 생각하는 편인데요. 이번 밀크티는 그러한 임기응변으로 탄생했답니다.
평소 밀크티에 진심이신 사장님은 모든 코스의 세번째 순서에 늘 조예 깊은 밀크티를 선보이셨는데, 이번에는 재즈의 왕을 담아낸 차왕(茶王) 대홍포로 만든 우롱 밀크티에 도전하셨어요!
평소 홍차로 밀크티를 만들다 보니 우롱차 베이스로는 원하는 맛이 나지 않아 포기하려 하셨다가, 막판에 따뜻한 차 사이 쉬어가는 느낌으로 차갑게 바꾸어 완성하셨다고! 시원한 밀크티라서 느낄 수 있었던 산뜻함과 고소한 매력. 임기응변이 만들어낸 멋진 변주인 것 같았습니다🧋 |
분위기와 날씨에 따라 같은 곡도 다르게 연주한다는 재즈. 그런 면에서 차와 닮은 점이 정말 많은 것 같은데요. 이러한 즉흥 연주는 '이미 행해진 것에 대한 성찰과 체득된 것을 버리는 행위를 동시에 전제한다'고 해요.
마지막 차로 나왔던 '오렌지 마살라 차이'는 전년도 겨울 티코스에서 선보이셨던 티 뱅쇼에 짜이 밀크티를 응용한 음료로, 앞서 언급한 책의 구절이 매우 와닿는 잔이었어요.
베이스는 와인도 우유도 아닌 오렌지 주스. 재즈의 여왕 엘라 피츠제럴드의 에너지와 활력을 표현하셨다는데요. 허브와 향신료를 사용한 맑은 음료라는 포맷은 취하되 전에 사용한 허브와 우유를 버림으로써 저녁에도 부담없이 마실 수 있으면서도 근사한, 새로운 음료가 만들어진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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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책방 같은 찻집, 심지
티룸에 들어서면 마치 독립서점이나 책방처럼 다양한 책들이 놓여져 있어 온화한 분위기로 가득해요. 차 관련 책뿐 아니라 마음 따스해지는 에세이와 소설 등 원하는 책은 얼마든지 차를 마시며 즐길 수 있는데요. 이번 방문 때에 눈에 띈 건 바로 편지 쓰기 코너! 주제별로 다른 색의 실링 왁스까지 준비되어 있는 본격적인 편지 코너의 수신인은 다름아닌 '미상(未詳)'이었습니다.
다녀간 손님들이 불특정 상대에게 보낸 따스한 편지들을 읽고 있자니, 저도 간만에 편지지를 꺼내고 싶어졌어요. 미상의 '미'는 미래의 '미'와 같은 한자거든요. 언젠가 그 편지를 받을 미상의 상대와 좋은 인연을 맺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제가 보내드리는 이 레터도, 즐겁게 읽어주실 여러분께 작게나마 보내드리는 제 마음이랍니다! 일상 속 기분 전환이 필요하다면 호두과자도 사러 가실 겸, 천안에 한번 들러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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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천안 고속버스 터미널로부터 도보 10분 거리로 버스를 타시는 걸 추천드려요. 4월 초에 열릴 커피 엑스포 티하우스 클럽 부스에 참여하신다고 하니 먼저 서울에서 만나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엑스포 준비로 봄의 티코스는 쉬어가시지만 평소 워크인 영업 및 다양한 지역 행사를 진행하신답니다. 터미널 근처에 할머니 사진이 들어간 호두과자 가게에 들렀다 가시는 것도 추천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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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를 마시며>
그대를 생각한다.
추운 겨울날
팔달산 돌아 내려오다가
녹차 한 잔을 나누어 마시던
그 가난했던 시절의 사랑을 생각한다.
우리는 참 행복했구나.
새들처럼 포근했구나.
녹차를 마시며
그대를 생각한다.
혹독한 겨울 속에서도 따뜻했던
우리의 사랑을 생각한다.
(윤수천 | 시인, 동화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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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책은 눈으로 읽지만, 차는 온몸으로 읽는다"
어떤 책은 우리의 감정을 흔들고, 어떤 차는 우리의 기억을 깨우기도 해요. 우리는 책과 차를 통해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하고, 더 깊은 내면을 만나기도 하죠.
이렇게 책과 차는 우리의 일상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책 속의 한 문장, 차 한 모금이 지금 이 순간의 나를 더 선명하게 만들어주길 바랍니다.
우리의 다음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에도, 차 한 잔의 운치와 함께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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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주 시티피플은 어떠셨나요? 매거진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여기에 남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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